인터넷 쇼핑을 즐기던 50대 여성 김미현(가명)씨는 약 2년 전부터 10만원이 넘는 물건은 마음대로 살 수 없게 됐다. ATM으로 돈을 출금하는 일부터 일터에서 근로계약을 하는 일까지 누군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휴대전화 개통도 동의 절차가 필요해 그냥 가족 명의의 휴대전화를 쓰는데, 본인인증이 안 돼 코로나 19방역 패스나QR 체크인과 같은 시스템도 이용하지 못했다. 미현씨가 성년후견을 받는 '피한정후견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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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광열 변호사(사단법인 온율) “지금의 성년후견 제도는 당사자를 제외한 모두가 편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발달 장애나 조현병, 치매가 있다는 이유로 ‘이 사람은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고 앞으로도 영원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어 당사자가 결정할 여지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아플 때만 병원을 가고 집 계약을 할 때만 공인중개사를 찾듯, 당사자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 스스로 맡길 수 있는 제도가 돼야 한다”라고도 했다.
배 변호사는 “현재 제도는 법조인이 아닌 비장애인에게 영원히 변호사를 붙여주는 것과 똑같다”고 비유하며 “제도 취지와 다르게 잘못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대학 나와 멀쩡히 일하는데…혼자 10만원도 못뽑는 50대 사연 [가족의 자격③], 중앙일보, 2022.9.3.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