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변호사
필자가 근무하는 로펌에서는 내부에 공익위원회도 있지만 공익활동을 전담하는 ‘사단법인 온율’을 후원하면서 다양한 공익활동을 하고 있다. 두 달 전쯤 회의에서 시각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마라톤대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신청하였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그 당시에는 대회 전날 통풍이 발병할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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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7일 개최된 행사의 공식 명칭은 ‘제8회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어울림 마라톤대회’다. 인상 깊었던 것은 동반 주자들의 봉사였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출발 총성과 함께 해결되었다. 혼자서는 제대로 달릴 수 없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가이드러너가 서로의 손목을 끈으로 연결한 상태에서 호흡을 맞추며 뛰는 것이다.
절뚝이며 반환점에 도달한 후 눈을 감고 한 번 걸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눈을 다 감으면 한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할 테니 오른쪽 눈은 꾹 감고, 왼쪽 눈은 한두 걸음 앞만 내다보이게 실눈을 뜨고 걷기 시작했다. 몇 발자국 걷기도 전에 두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고마움과 미안함 때문이었다.
그동안 더 높이 오르고, 더 많이 가지려고 하면서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하고 좌절하였다. 두 눈이 제대로 보이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임을 깨달으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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