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지난 5월 30일 광주의 한 아파트 상가 화장실에서 출산 후 신생아를 변기에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여성이 구속됐다.
지난 6월 7일 경기 수원에서 출산 후 아이를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충북 충주에선 임신 사실을 숨겨오다 지난 6월 5일 자택에서 출산한 아이를 숨지게 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5월 22일부터 6월 10일까지 20일간 언론에 보도된 3건의 영아 유기(사망) 발생 사건(빅카인즈 검색 기준, 판결 기사 제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들은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혼자 키우기 힘들 것 같아서” 혹은 “출산 사실을 들킬까봐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1대 국회와 정부는 이 같은 영아 유기·살해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위기임산부와 그 자녀 아동의 안전을 위해 가명처리 후 출산이 가능한 ‘보호출산제’가 필요한 정책이라고 판단했다.
같은 취지로 도입되는 ‘출생통보제’가 대체로 지지를 얻어 지난해 7월 곧바로 국회에서 통과한 반면, 보호출산제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서 한발 늦게 지난해 10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오는 7월 19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보호출산제를 둘러싼 우려는 걷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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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경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지난 6월 13일 통화에서 “영아 ‘유기’와 ‘살해’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베이비박스 등에 아동을 유기하는 위기임산부는 충분한 상담과 주거지원, 비용지원, 돌봄지원 등 포괄적 지원 제공으로 양육이 보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의미가 있으나,
영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는 임신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사례가 많아 임신 중에 위 상담·지원체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겠는가 묻게 된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 부작용, 그러니까 현 체제 안에서 (입양 등) 다른 선택을 할 만한 부모들이 익명 출산을 이용할 여지가 생긴다”고 했다.
익명 출산을 도입한 해외 사례로는 독일이 가장 많이 언급된다. 독일은 2013년 ‘임신여성의 지원확대 및 신뢰출산에 관한 법률’을 도입해 전국에 1300곳 넘는 임신갈등상담소를 설치했다.
상담소에서는 성교육부터 임신, 임신중단, 출산, 양육 등까지 포괄적으로 상담이 이뤄진다. 상담 마지막 단계에서 익명을 전제로 한 이른바 ‘신뢰출산’을 상담한다.
한국은 독일과 달리 물리적인 상담공간이나, 상담 내용적인 측면에서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한 포괄적 상담 및 지원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채 ‘최후의 수단’인 보호출산제를 열어둔 것”(전민경 변호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호출산제 근거 법률인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의 2개 조항을 두고 논쟁이 있다. 우선 제9조 제2항은 위기임부가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충분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보호자가 보호출산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미성년자와 지적장애인 등이 해당할 수 있다. 전 변호사는 “이 조항은 보호자가 조력 역할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결정권자가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제14조는 보호출산을 신청하지 않은 위기임부가 출산 후 1개월 이내에 아동보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영아 유기는 생후 한 달 이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진이 2010년부터 2023년 초반까지 나온 보도자료를 통해 영아 유기 사건을 분석한 결과, 총 296건 중 출산 직후(154건)가 가장 많고 출생 이후 1개월 미만 신생아 시기(60건)가 뒤를 이었다.
이 조항을 두고 장애아동 부모단체 등은 “장애아동 유기를 늘릴 수 있다”며 우려한다. 전 변호사는 “지자체·정부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1개월 이내 확인해 아동의 출생정보를 공적으로 등록,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한 출생통보제의 취지에 반하는 조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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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링크 :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15090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