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아 기자,BBC 코리아 / 2024년 11월 29일
“제 딸은 고립된 채로 죽어갔어요. 다이어트 약 의존 '치료'를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병원에 간 환자를 어떻게 묶고 가둘 수가 있어요. 병원에서 몸에 맞지 않는 약을 먹이며, 배가 아프다고 했는데도 왜 죽을 때까지 독방에 넣어 둔건지...”
지난 5월, 30대 여성 박수진(가명) 씨는 다이어트 약(디에타민) 중독 치료를 위해 경기도 부천의 한 병원에 입원한 지 17일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박 씨의 어머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딸이 폐쇄병동에서 억울하게 죽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사지가 침대에 묶여있다 숨을 거둔 딸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똑바로 누울 수 조차 없다”며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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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강박이 '유일한 대안'?
“한국 폐쇄병동은 부족한 인력과 자원 속에서 수용 시설로 운영되고 있어요.”
정신장애인 및 발달장애인의 인권 보호 활동에 앞장서 온 배광열 변호사(사단법인 온율)는 “격리 및 강박 등 기타 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하는 정신병원의 대부분은 수용시설로 운영되고 있다”며 병원 내 인력과 자원 부족으로 인해 치료보다 관리가 목적인 격리와 강박이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한국은 환자 60명당 정신과 의사 1명, 간호사 같은 경우는 환자 13명당 간호사 1명에 불과하다.
김 원장은 “1~2명의 간호사가 수십 명의 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환자 간 충돌이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격리와 강박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차악의 선택”이라 표현하며, 환자를 가두고 묶어 두는 방식이 시스템의 한계 속에서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대안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치료진에게도 “마음의 상처가 되는 일”이라며 “보람보다는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신체 강박을 당하고 싶어하는 분도 없겠지만, 신체 강박을 하고 싶은 분도 없어요.”
이화영 순천향의대 교수 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사회특별위원장은 '치료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강박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인력배치와 자원 투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배 변호사는 “환자들을 격리 시설에 입소시키는 형태의 치료 방식이 변화되지 않는 한 (사망 사고)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폐쇄병동 수용 위주의 시스템을 혁파하기 위해선 “충분한 인력 확보”와 “환자들이 외래진료를 받으며 지역사회에서 증상을 관리하는 치료에 예산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신과 병원의 경제적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김 원장은 “정신과 병원에 투입되는 의료비와 수가가 다른 과에 비해 현저히 적다”며 “한정된 자원과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보다 보니, 치료보다는 ‘관리’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전체 보건 예산 중 정신건강 투자 비율이 2021년 기준 1.6%로 OECD 평균인 5.4%에 비해 현저히 낮다.
또한 정신의학적 응급처치나 격리 보호와 같은 강압 치료는 적은 수가라도 책정돼 있는 반면, 비강압 치료는 별도의 보상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이 위원장은 지적했다.
비강압 치료가 치료자의 고도의 상담 기술과 많은 인력이 요구되지만,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의학적 치료로서 검증이 더 필요한 단계로 아직 수가가 책정되지 않았다는 것.
환자에게 강박 처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정신의학계에서 잘 알려진 천주의성요한병원 이요한 원장 역시 비강압 치료가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하는 수가 책정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환자가 흥분했을 때 진정시키고 대화를 통해 안정시키는 과정에 대한 수가가 없어요. 이러한 행위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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