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 '치매 머니' 보호막 (법률신문, 202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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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하연 기자 | 법률신문


2020년 한국앤컴퍼니그룹에서는 조양래 명예회장의 정신 건강 상태를 두고 자녀 간 성년 후견 심판 청구가 제기되며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2017년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 후견이 개시돼, 후견인의 주주권 행사 등이 법원 허가 아래 이뤄지기도 했다.

대기업의 경영권 향방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나 여겨졌던 성년 후견 제도가 이른바 ‘치매 머니’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반에도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치매 환자의 자산 규모는 154조 원에 달했다. 2050년이 되면 약 448조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로도 성년 후견과 관련한 실제 사건이 늘고 있다는 게 확인된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성년 후견 사건 접수는 △2019년 6984건 △2020년 8180건 △2021년 8605건 △2022년 8324건 △2023년 8823건으로, 우상향 추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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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 후견 제도는 크게 둘로 나뉜다. 정신적 제약이 생긴 후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하는 ‘법정 후견’과 판단 능력이 있을 때 미리 후견인과 관리 내용을 계약으로 정해두는 ‘임의 후견’이다. 이 중 임의 후견은 비교적 자신의 의지대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김성우(56·사법연수원 31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임의 후견 제도는 사적자치와 자기결정 존중의 이념을 가장 충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제도”라며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배광열(39·변호사시험 3회)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실제 임의 후견을 개시하려면 등기, 감독인 선임 심판 등 법정 후견보다 절차가 더 복잡하다”며 “가족은 후견 감독인이 될 수 없어 별도의 보수가 발생하는 점도 적극적인 활용을 막는 한계”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도 “정신적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데도 가족 혹은 제3자에 의해 임의 후견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처럼 악용을 막기 위한 방안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