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기록의 윤리적 이관과 국가책임에 관한 국회 토론회
: 기록을 지키고, 존엄을 회복하다
| 들어가며
올해 7월까지 약 20만 명의 해외입양인 기록이 민간기관에서 국가기관으로 이관되는 가운데, 이관 과정의 윤리성과 국가 책임을 점검하기 위한 국회 토론회가 2025년 7월 7일(월) 오후 2시부터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이재정, 서영석, 김남희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입양기록 긴급행동(EARS)’. ‘국내입양인연대’,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 국내외 입양인 단체 및 시민사회가 주관하였다.
2023년 제정된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해외입양기록은 2025년 7월까지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NCRC)으로 이관될 예정이며, 이는 국가가 입양인의 정체성과 가족 정보를 담은 자료를 직접 관리하게 되는 첫 사례로, 국내외 입양인 사회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에 따라 기록의 주인인 입양인의 정보 접근권과 존엄한 보존 체계를 확립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론장에서는 국회와 시민사회, 해외입양인 당사자들이 함께 논의에 나섰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의원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파주시 ‘엄마품동산’ 조성 사업을 추진했던 배경을 전하며 “입양기록의 이관은 단순한 행정 조치를 넘어, 입양인의 정체성과 존엄, 그리고 그들의 삶의 서사를 복원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입양기록은 곧 한 개인의 과거이자 뿌리이므로 국가는 이러한 기록을 책임 있게 보존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입양기록은 입양인의 출생과 생애 초기의 맥락을 설명하는 본질적인 정보로,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 자기결정권 실현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입양인이 친생부모로부터 입양부모에 이르기까지의 절차와 배경을 파악하고, 자신이 개입할 수 없었던 삶의 결정들이 어떠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로 기능합니다. 나아가,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공공적 차원에서도 국가와 정부기관이 입양 전 보호 조치를 어떻게 수행하였는지, 그리고 그러한 조치가 입양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뒷받침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국제사회는 유엔아동권리협약(1989)과 헤이그국제입양협약(1993), 헤이그국제사법회의(2008) 등을 통해 입양 과정에서의 아동의 권리 보장과 적법 절차의 이행을 강조해 왔습니다. 특히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중심 가치로 제시하며, 입양이 최후의 수단임을 전제로 국가의 보호책임과 입양 절차의 투명성, 윤리성, 합법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 기준에 부응하기 위해 입양제도의 개편과 법제 정비를 추진해 왔으나 실제 입양기록 관리 체계에 여전히 잔재하고 있는 여러 구조적 한계가 지적된 바 있습니다.
| 해외입양인의 목소리와 전문가의 진단
노혜련 교수(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발제를 시작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네 명의 발표자 모두 입양기록의 공공성과 기록성, 그리고 개인의 권리 보장이라는 이중의 목적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관리체계의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에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우선, 킴벌리 맥키 교수(그랜드밸리 주립 대학교)은 한국의 국제 입양 프로그램을 역사적 맥락에서 조명하며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제기했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입양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초국적 입양 산업복합체(TAIC)’의 시작점 역할을 한 국가이지만, 1960년 국제사회봉사회(ISS) 문서에서 발견한 “한 아동에게 세 개의 생년월일이 있었다”는 기록을 통해 입양 과정에서 출생정보의 조작이 얼마나 일상적이었는지를 시사했습니다. 또한 디안 볼셰이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차정희 문제(2010)」를 인용하며, 고아원에서 다른 아이를 대신 보내면서 “비행 전 자신이 차정희가 아님을 밝히지 말라”고 지시했던 사례는 입양 과정에서 아동의 정체성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조작되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김오묘 교수(보스턴 칼리지)는 입양인 당사자로서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 이관 과정에서 지적된 여러 한계들이 입양인들에게 남기는 심리적 상처와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진단했습니다. 특히, “우리의 입양 기록은 트라우마의 현장”이라는 강하고 울림있는 메시지를 시작으로 기록 이관이 입양인에게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존엄과 존중이 담겨야 할 트라우마의 현장임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기관 직원들이 사진이나 편지 등 소중한 자료를 “이전 대상이 아니다”라며 입양인에게 직접 챙기라고 안내하는 현실, 그리고 시간과 자원의 부족으로 기록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언급하며, 입양인이 여전히 ‘번호’로 취급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보장되지 않는 시스템의 한계를 비판하고 기록 이전 및 보존 과정에서 입양인의 참여와 권리 보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이어서, 오경한 연구원(전북대학교 기록관리학과)은 기록관리 전문가의 시각에서 입양기록물 이관의 기술적 요구사항을 체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른 이관 절차와 보존환경 기준을 설명하며, 입양기록물의 특성상 비전자기록물 비중이 높고 시스템 미등록 사례가 많아 이관 과정에서의 누락 및 훼손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관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법적 책임의 이전’임을 상기시키며 정확한 목록 작성과 보존환경, 개인정보 보호 등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나영(Mary Bowers) 건설사업관리자는 임시보관시설의 문제점을 건축 전문가의 시각에서 날카롭게 분석하였습니다. 임시보관시설의 접근성, 안전성, 환경 통제 등 현실적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제기하며, 국내 기록관의 모범 사례와 비교하여 입양기록의 보존 및 보전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을 재차 피력하였습니다.
| 해외입양기록 이관에 관한 다양한 관점
토론자 소개 이후 지정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향은, 김호수, 김일환, 전민경, 정울림•Lisa Wool-Rim Sjöblom, 한명애.
다음으로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는 해외입양기록 이관에 관한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었습니다. 첫 발제자인 김호수(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 교수)는 입양인의 상실과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해외입양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섬세한 접근법인 ‘돌봄’을 제안했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해외입양기록을 이전하되,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해외입양기록에 대한 해외입양인의 접근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일환(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해외입양에 대한 진실 규명 결정을 인용하며, 해외입양기록의 안전한 보존이 해외입양인의 정체성 확인과 존엄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사회 구성원 전체의 성찰을 위해서도 해외입양기록의 보존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해외입양 관행에 ‘정부의 법적 책임’으로 포괄할 수 없는 여러 ‘시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해외입양 관행에 영향을 미친 한국사회의 인종주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 등을 지적하며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일환 교수의 발제에 대해 김향은 토론좌장(고신대 교수)은 한국 사회 기저에 있는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는” 철학의 장점과 약점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의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값진 이야기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민경(사단법인 온율 변호사)은 법리적 관점에서 해외입양기록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헌법 제17조)에 기초한 ‘알 권리’ 헌법적 권리임을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헌법적 권리가 입양특례법 제36조 제2항과 제3항에 의해 구조적으로 제한되고 있음을 주장했습니다. 한편, 입양특례법 제36조 제2항과 제3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정보공개를 요구할 정보가 담긴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헌법적 권리가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할 수 있다며, 헌법적 기본권 실현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해외입양기록이 보존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더하여 김향은 토론좌장은 ‘보존’을 넘어서는 ‘보전’의 개념을 언급하며, 해외입양기록이 “단순히 유지되”는 것에서 나아가 “훼손 없이 온전히 그 자체로 지켜”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울림•Lisa Wool-Rim Sjöblom(작가, 입양인권활동가)은 해외입양인으로서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기록이 저의 유일한 단서였고, 그 기록이 사라지면 정체성과 역사가 사라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기관에 정보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수치심과 좌절 그리고 분노의 감정을 언급하며, 해외입양기록을 부실하게 관리하는 것은 해외입양인을 다시금 소외시키는 폭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나아가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심었던 과거의 잘못을 보상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적절하게 기록을 보존하고, 입양인들이 자신의 파일을 안전하게 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명애(아동권리보장원 입양사업본부장)는 임시 입양기록서고의 선정 경위, 시설 현황과 향후 입양기록관 운영 계획을 밝혔습니다. 자동화 서고를 운영하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자동화 서고를 안전하게 운영한 선례가 아직 없고, 중요한 해외입양기록물을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자동화 서고에서 보관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요지였습니다.
| 현장의 이야기

지정토론 이후에는 청중질의 응답이 진행되었습니다. 조민호(아동권리연대 대표)는 “해외입양기록이 단순한 행정 문서가 아닌 아동 권리 회복의 단초”이고 “헌법과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하는 아동의 권리는 행정서비스가 아닌 국가의 책무”라며, 앞으로의 원본 확보 및 해외입양기록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물었습니다. 이에 한명애는 내년에 아동복지 시설 기록물 이관에 대한 계획이 있다며, 2029년까지는 지자체의 모든 기록물을 이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남희(MBC PD)는 자동화 서고가 이미 선진국에서 운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냉동창고”를 택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고, 해외입양기록 170만 페이지 중 50만 페이지가 소실된 것을 단순한 행정적 실수로 치부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또한 입양기록관 운영 계획에 대해, 이미 건립 타당성 연구를 2023년에 진행하였음에도 다시금 타당성 연구를 시행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 나가며
이처럼 이날의 토론회는 해외입양인이 겪는 구조적 문제, 이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복합적으로 성찰하는 자리였습니다. 위와 같은 성찰을 토대로, 해외입양인의 ‘탯줄’이라고 여겨지는 해외입양기록이 ‘보존’을 넘어 ‘보전’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나아가 해외입양인의 고통을 치유하고, 그들이 잃어버린 존엄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논의가 지속되길 바랍니다.
사단법인 온율
권세연, 임근우 인턴
해외입양기록의 윤리적 이관과 국가책임에 관한 국회 토론회
: 기록을 지키고, 존엄을 회복하다
| 들어가며
올해 7월까지 약 20만 명의 해외입양인 기록이 민간기관에서 국가기관으로 이관되는 가운데, 이관 과정의 윤리성과 국가 책임을 점검하기 위한 국회 토론회가 2025년 7월 7일(월) 오후 2시부터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입양기록 긴급행동(EARS)’. ‘국내입양인연대’,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 국내외 입양인 단체 및 시민사회가 주관하였다.
2023년 제정된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해외입양기록은 2025년 7월까지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NCRC)으로 이관될 예정이며, 이는 국가가 입양인의 정체성과 가족 정보를 담은 자료를 직접 관리하게 되는 첫 사례로, 국내외 입양인 사회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에 따라 기록의 주인인 입양인의 정보 접근권과 존엄한 보존 체계를 확립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론장에서는 국회와 시민사회, 해외입양인 당사자들이 함께 논의에 나섰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의원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파주시 ‘엄마품동산’ 조성 사업을 추진했던 배경을 전하며 “입양기록의 이관은 단순한 행정 조치를 넘어, 입양인의 정체성과 존엄, 그리고 그들의 삶의 서사를 복원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입양기록은 곧 한 개인의 과거이자 뿌리이므로 국가는 이러한 기록을 책임 있게 보존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입양기록은 입양인의 출생과 생애 초기의 맥락을 설명하는 본질적인 정보로,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 자기결정권 실현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입양인이 친생부모로부터 입양부모에 이르기까지의 절차와 배경을 파악하고, 자신이 개입할 수 없었던 삶의 결정들이 어떠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로 기능합니다. 나아가,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공공적 차원에서도 국가와 정부기관이 입양 전 보호 조치를 어떻게 수행하였는지, 그리고 그러한 조치가 입양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뒷받침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국제사회는 유엔아동권리협약(1989)과 헤이그국제입양협약(1993), 헤이그국제사법회의(2008) 등을 통해 입양 과정에서의 아동의 권리 보장과 적법 절차의 이행을 강조해 왔습니다. 특히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중심 가치로 제시하며, 입양이 최후의 수단임을 전제로 국가의 보호책임과 입양 절차의 투명성, 윤리성, 합법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 기준에 부응하기 위해 입양제도의 개편과 법제 정비를 추진해 왔으나 실제 입양기록 관리 체계에 여전히 잔재하고 있는 여러 구조적 한계가 지적된 바 있습니다.
| 해외입양인의 목소리와 전문가의 진단
노혜련 교수(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발제를 시작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네 명의 발표자 모두 입양기록의 공공성과 기록성, 그리고 개인의 권리 보장이라는 이중의 목적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관리체계의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에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우선, 킴벌리 맥키 교수(그랜드밸리 주립 대학교)은 한국의 국제 입양 프로그램을 역사적 맥락에서 조명하며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제기했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입양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초국적 입양 산업복합체(TAIC)’의 시작점 역할을 한 국가이지만, 1960년 국제사회봉사회(ISS) 문서에서 발견한 “한 아동에게 세 개의 생년월일이 있었다”는 기록을 통해 입양 과정에서 출생정보의 조작이 얼마나 일상적이었는지를 시사했습니다. 또한 디안 볼셰이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차정희 문제(2010)」를 인용하며, 고아원에서 다른 아이를 대신 보내면서 “비행 전 자신이 차정희가 아님을 밝히지 말라”고 지시했던 사례는 입양 과정에서 아동의 정체성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조작되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김오묘 교수(보스턴 칼리지)는 입양인 당사자로서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 이관 과정에서 지적된 여러 한계들이 입양인들에게 남기는 심리적 상처와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진단했습니다. 특히, “우리의 입양 기록은 트라우마의 현장”이라는 강하고 울림있는 메시지를 시작으로 기록 이관이 입양인에게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존엄과 존중이 담겨야 할 트라우마의 현장임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기관 직원들이 사진이나 편지 등 소중한 자료를 “이전 대상이 아니다”라며 입양인에게 직접 챙기라고 안내하는 현실, 그리고 시간과 자원의 부족으로 기록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언급하며, 입양인이 여전히 ‘번호’로 취급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보장되지 않는 시스템의 한계를 비판하고 기록 이전 및 보존 과정에서 입양인의 참여와 권리 보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이어서, 오경한 연구원(전북대학교 기록관리학과)은 기록관리 전문가의 시각에서 입양기록물 이관의 기술적 요구사항을 체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른 이관 절차와 보존환경 기준을 설명하며, 입양기록물의 특성상 비전자기록물 비중이 높고 시스템 미등록 사례가 많아 이관 과정에서의 누락 및 훼손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관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법적 책임의 이전’임을 상기시키며 정확한 목록 작성과 보존환경, 개인정보 보호 등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나영(Mary Bowers) 건설사업관리자는 임시보관시설의 문제점을 건축 전문가의 시각에서 날카롭게 분석하였습니다. 임시보관시설의 접근성, 안전성, 환경 통제 등 현실적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제기하며, 국내 기록관의 모범 사례와 비교하여 입양기록의 보존 및 보전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을 재차 피력하였습니다.
| 해외입양기록 이관에 관한 다양한 관점
다음으로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는 해외입양기록 이관에 관한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었습니다. 첫 발제자인 김호수(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 교수)는 입양인의 상실과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해외입양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섬세한 접근법인 ‘돌봄’을 제안했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해외입양기록을 이전하되,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해외입양기록에 대한 해외입양인의 접근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일환(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해외입양에 대한 진실 규명 결정을 인용하며, 해외입양기록의 안전한 보존이 해외입양인의 정체성 확인과 존엄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사회 구성원 전체의 성찰을 위해서도 해외입양기록의 보존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해외입양 관행에 ‘정부의 법적 책임’으로 포괄할 수 없는 여러 ‘시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해외입양 관행에 영향을 미친 한국사회의 인종주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 등을 지적하며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일환 교수의 발제에 대해 김향은 토론좌장(고신대 교수)은 한국 사회 기저에 있는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는” 철학의 장점과 약점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의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값진 이야기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민경(사단법인 온율 변호사)은 법리적 관점에서 해외입양기록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헌법 제17조)에 기초한 ‘알 권리’ 헌법적 권리임을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헌법적 권리가 입양특례법 제36조 제2항과 제3항에 의해 구조적으로 제한되고 있음을 주장했습니다. 한편, 입양특례법 제36조 제2항과 제3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정보공개를 요구할 정보가 담긴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헌법적 권리가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할 수 있다며, 헌법적 기본권 실현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해외입양기록이 보존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더하여 김향은 토론좌장은 ‘보존’을 넘어서는 ‘보전’의 개념을 언급하며, 해외입양기록이 “단순히 유지되”는 것에서 나아가 “훼손 없이 온전히 그 자체로 지켜”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울림•Lisa Wool-Rim Sjöblom(작가, 입양인권활동가)은 해외입양인으로서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기록이 저의 유일한 단서였고, 그 기록이 사라지면 정체성과 역사가 사라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기관에 정보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수치심과 좌절 그리고 분노의 감정을 언급하며, 해외입양기록을 부실하게 관리하는 것은 해외입양인을 다시금 소외시키는 폭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나아가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심었던 과거의 잘못을 보상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적절하게 기록을 보존하고, 입양인들이 자신의 파일을 안전하게 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명애(아동권리보장원 입양사업본부장)는 임시 입양기록서고의 선정 경위, 시설 현황과 향후 입양기록관 운영 계획을 밝혔습니다. 자동화 서고를 운영하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자동화 서고를 안전하게 운영한 선례가 아직 없고, 중요한 해외입양기록물을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자동화 서고에서 보관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요지였습니다.
| 현장의 이야기
지정토론 이후에는 청중질의 응답이 진행되었습니다. 조민호(아동권리연대 대표)는 “해외입양기록이 단순한 행정 문서가 아닌 아동 권리 회복의 단초”이고 “헌법과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하는 아동의 권리는 행정서비스가 아닌 국가의 책무”라며, 앞으로의 원본 확보 및 해외입양기록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물었습니다. 이에 한명애는 내년에 아동복지 시설 기록물 이관에 대한 계획이 있다며, 2029년까지는 지자체의 모든 기록물을 이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남희(MBC PD)는 자동화 서고가 이미 선진국에서 운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냉동창고”를 택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고, 해외입양기록 170만 페이지 중 50만 페이지가 소실된 것을 단순한 행정적 실수로 치부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또한 입양기록관 운영 계획에 대해, 이미 건립 타당성 연구를 2023년에 진행하였음에도 다시금 타당성 연구를 시행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 나가며
이처럼 이날의 토론회는 해외입양인이 겪는 구조적 문제, 이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복합적으로 성찰하는 자리였습니다. 위와 같은 성찰을 토대로, 해외입양인의 ‘탯줄’이라고 여겨지는 해외입양기록이 ‘보존’을 넘어 ‘보전’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나아가 해외입양인의 고통을 치유하고, 그들이 잃어버린 존엄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논의가 지속되길 바랍니다.
사단법인 온율
권세연, 임근우 인턴